정말이지 오랜만에 좋은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나이 탓인지 머리가 자꾸 나빠지더니 지난 주 보았던 TV프로그램 내용 조차 가물해지고 출근할 때 자물쇠를 걸었는지, 주차하며 차의 문은 잠갔는지 몇 번이고 긴가민가 헷갈리며 고개를 갸웃하는 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기억에 최근 남아 있는 좋은 영화는 없습니다. 그나마 카메론 형님의 가 영상혁명의 신기원이라 불릴만한 그림을 보여주었기에 아주 조금 기억에 남을 뿐입니다. 그런 차... 이 영화를 접했습니다. 별 기대도 하지 않은 영화였기에 그 놀라움은 컸습니다. 고군서, 진국부 두 명이 공동 연출한 중국영화 1942년 중국. 일본은 '유령'이라 불리는 정보부 내부의 첩자를 잡아내기 위해 가짜 암호를 내보내고 암호에 접근 할 수 있었던 5명의 내부요원을 외딴..
고백하건대 난 지난 일요일 '남자의 자격'을 보지 못했다. 이정진, 윤형빈, 김성민을 제외하고는 진정한 의미의 남자(싸나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일곱 남자가 마라톤 하프코스 완주를 위해 기초체력 테스를 받는 그 전 방송분만 접했을 뿐이다. 그리고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잘해봤자 이정진, 윤형빈, 김성민 정도만 하프코스 완주를 하겠거니 생각했었다. '파일럿 도전기'에서도 김성민과 김국진만 도전에 성공했으니까 처음부터 마라톤은 이들에게 무리라고 단정해 버렸다. 기껏 완주한 동료를 얼싸 안고 아쉬움 반 부러움 반으로 도전을 마무리 지을거라 믿었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국민할매' 김태원이 20Km가 넘는 마라톤에 도전한다는게 내 머릿속엔 잘 그려지지 않았다. '국민약골' 이윤석은 말할 것도 없었고 ..
불현듯 겨울이다. 가을이 훅하고 떨어져 나갔다. 어느 드라마 대사 처럼 "낙엽 하나 뚝 떨어지니 내 마음도 뚝 떨어지더라"같은 멜랑꼴레한 기분이고 싶지는 않지만 계절이, 날씨가 사람의 기분을 흔드는건 사실일거다. 이런 겨울 앞. 마음의 군불을 조금이나마 지피고 싶은 분께 여기 아주 특별한 산문집 두 권을 소개한다. 신경숙의 몇 년전 사진을 담기 위해 효자동을 찾은 적이 있다. 동장군이 기세를 떨치던 1월 어느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잿빛 하늘 아래 개량 한옥집과 새로 지은 빌라들이 서로 엉켜 마치 이방인의 도시인 양 낯설었다. 대대로 효자가 많이 나서 효자동이라 했던가. 어쨌든 내 기억속의 효자동은 흔히들 말하는 소박함이나 정갈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신경숙의 책 를 받아 들고서 문득 그 때 그 기억이 ..
더운 여름. 불쾌지수는 나날이 높아지고 집에 있어도 회사에 있어도 이거 원 답답한 맘은 매 한가지. 휴가라도 떠나야지 싶으면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이건 쉬러 온건지 고생하러 온건지 사뭇 헷갈리는 계절. 이런 날... 시원하게 마음을 울려줄 추리소설이라도 있다면 여유있게 여름을 보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 그런 생각에 여기 일본의 대표 추리소설 3권을 올려드립니다. 1. '헌신적인 사랑의 백미' 히가시노 게이고의 헌신적인 사랑이라고 한다면 그 수위가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하세요? 우리는 입버릇 처럼 사랑을 이야기 합니다만 사랑에도 급이 있고 깊이가 있지요. 그냥 지나쳐 버리는 뜨내기 사랑과 목숨 바쳐 지키고 싶은 치열한 사랑은 엄연히 다르니까요.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
MBC 수목드라마 은 피겨스케이팅의 '트리플'을 도전하는 주인공 이하루(민효린 역)와 그녀를 둘러싼 광고쟁이 세 남자의 우정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아무리 민효린의 연기가 좋고 피겨와 광고라는 색다른 소재를 가지고 왔어도 시청률은 바닥이다. 4회까지 기대반 우려반으로 꼼꼼이 시청한 소감이라면 '참 불편하다'는 것이다. 피겨스케이팅 소재를 제대로 버무리지 못해 민효린의 스케이팅 연기는 어딘지 불편하다. 클라이막스가 없다. 정식 선수가 아니니 큰 기대는 없다. 다만 극의 긴장감을 높일 수 있는 피겨 스케이팅 고유의 맛이 없다는 얘기다. 승급시험을 보는 피겨 연기만 해도 너무 싱겁다. 충분히 다양한 편집과 대역으로 극적인 재미를 유지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 드라마에 더 불편한 이유는 다른 데 ..
오랜만에 책을 구입했습니다. 한동안 독서질이 뜸했는지라 머리가 텅 빈 듯한 느낌이 거~해서 4권의 책을 질렀습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치는 모 그런건 아닙니다. 그냥 틈틈이 읽고 싶은 책을 사고, 베스트셀러 목록을 체크하고 그 정도죠. 이번에 책 선별의 기준은 다분히 '현실성'에 기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는 소설과 에세이지만 어찌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있겠습니까. 하여, 이번에 지른 책 4권은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두었습니다. 글씨 빽빽한 소설 보다야 쉽게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은 '안도감'도 한 몫 했지만요. 4권의 목록은 이렇습니다. 故 김영갑 사진작가님 에세이집 , 이외수 선생의 소생법 , 유태우 박사의 , 한국경제신문에서 펴낸 입니다. * 책을 읽기도 전 ..
제목만 보고서는 눈물 쏙빼는 잔잔한 연극으로 생각하고 무심히 지나쳤던 친구가 꼭 보고싶다는 말에 찾아보니, 웃음이 빵빵 터지는 코믹연극이더군요. 기분이 가라앉은 요즘, 필요한건 이거다 싶어 바로 예매하게됐죠. 늘근도둑이야기는 작년 의 최고의 흥행 레퍼토리 작품으로 인정받으면서 기존 대학로 공연장에 더불어 강남 코엑스 아트홀에서까지 동시공연에 들어갔다네요. 특히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서 감초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 박철민씨가 출연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저도 박철민씨의 능청맞은(?) 연기를 보고싶어 더욱 끌리기도 했었구요. 연극 내용은 매우 간단합니다. 두 늙은 도둑이 감옥에서 초파일 특사로 풀려 나온 후, 또다시 한탕 털러온 곳이 하필이면 ‘그 분’의 미술관이죠. 미술작품 '금고'를 진짜 금..
볼 영화가 없다고 투덜대며 영화관에 발걸음을 끊은지 근 두 달. TV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김씨표류기≫ 예고를 본 후 모처럼 만난 내 취향의 영화를 반가워하며 어제 드디어 달려갔습니다. 바로 이 영화. 모처럼 대거 몰려온 블록버스터급 영화들 속에서 이영화는 괜찮을지 고민중인 분들을 위해 '오~ 좀 땡기는데~~' 싶은 맘이 들도록 줄거리 소개 쪼끔 해드릴게요~~ 영화는 제목 그대로 김씨의 (밤섬) 표류기 생활입니다. 김씨(정재영)는 현재 실직 상태. 게다가 연인은 무능한 김씨가 싫다며 떠나갔고, 7천만원 대출이 어느새 이자가 2억원... 결국 김씨는 인생을 포기하고 한강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하지만 눈을 떠보니 밤섬. 생태보존지역이라 무인도지요. 빠져나가려 갖은 애를 다 써보지만 계속 실패하고 어차피 돌아..
아침에 출근을 해서 일상처럼 하는 일 중 하나인 여러 신문들을 훑어보고 있는데 유독 시선이 가는 기사가 하나 있더군요. '한국 청년들 세계 광고계를 사로잡다'라는 헤드라인으로 트로피를 받고 사진세례를 즐기는 두 청년의 사진이 함께 실려있었습니다. 기사는 위 두 젊은 한국 청년들이 광고의 오스카상이라 일컫는 '클리오 어워즈'에서 당당히 포스터 부문 금상(Gold)을 수상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반전을 주제로 한 '뿌린대로 거두리라(What goes around comes around)'로 광고 포스터를 제작했는데 그 아이디어가 너무나 기발해서 심사위원들이 군소리 않고 상을 주었다는군요. 대체 어떤 포스터이길래... 호기심과 궁금증이 발동한 나는 사이트 곳곳을 뒤져 광고 포스터 이미지를 찾게 되었답니다. 흠...
최갑수 씨는 현재 시인이자 여행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스물다섯에 시인으로 데뷔한 후, 전업시인으로 만족하지 않고 카메라 한 대 둘러맨 채 전국을 누볐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가 사진 프레임을 응시하며 건진 인생의 소중한 단면들입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의 제목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이라. 일생을 살면서 온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기억이 얼마나 될런지요. 대개는 가족을 위해, 회사를 위해. 그리고 연인을 위해. 인생은 희생으로 얻어지는 값진 '교습서'라고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늘 뒷전이었던거죠.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처음에 나오는 글 한 토막은 제 얇은 지갑을 열기에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었지요. "첫날 아침, 후다닥 깼는데, 아차! 늦잠을 잤구나 조마조마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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