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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보면 시시콜콜 닳고 닳았지만 사랑, 그 속에서 디테일 하나 하나를 무섭게 끄집어 내는 그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너무도 세밀하고 정밀해서 이것이 감정의 티끌인지, 글로 쓱쓱 잘라낸 무미건조한 '단어'의 조합인지 몇 번이고 갸우뚱 거리게 합니다. 특히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준영(송혜교)과 지오(현빈)가 읊는 독백 몇 토막을 활자로 만날 수 있다는 건 큰 행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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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또 온다.
사랑은 계절같은 거야.
지나가면 다시 안 올것처럼 보여도
겨울 가면 봄이 오고, 이 계절이 지나면
넌 좀 더 성숙해 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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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그사세>에서 지오가 준영에게 '넌 너무 쉬워. 넌 너무 말이 많아. 넌 너무 생각이 없어'라며 밀어 낼 때 준영은 자기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별과 사랑을 밥먹듯 하는 세상 앞에서 '사랑하는데 이유가 없는 것 처럼 헤어지는데도 이유가 없다'는 지오의 변명은 정말 치기에 가까웠지요. 묘하게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어서, 그 사랑의 아픈 속내까지 까발리는 솔직함이 좋아서 드라마를 끝까지 봐야했지요. '인생은 드라마다'라는 작가의 말 처럼 인생은 그 자체로 '기승전결'이며 '갈등과 절정'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작가는 그것에 대한 '부록'으로 이번 에세이를 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에세이 제목은 굉장히 도발적입니다. 지금 사랑하지 않으면 모두 유죄라니… 유죄. 유죄! 책을 읽는 내내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사랑. 유죄. 이 두 개의 낱말은 서로 다르면서도 정말 엄청나게 얽혀 있지요. 사랑에 얽힌 '치정 살인극'이나 '집착' '스토킹' 같은 것들이 왠지 '유죄'와 닮아 있습니다. 죄를 짓는 사람들은 대개 사랑을 안해서가 아니라 너무 사랑을 해서, 내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해서 죄를 지었다고 말합니다. 그럴까요? 그렇다면 '사랑하는 자 어떤 이는 유죄'가 맞고 '사랑하지 않는 자 어떤 이는 무죄'가 맞겠지요. 사랑은 그렇지가 않다고, 그런 치기와 계산과는 어울리지 않다고 작가는 조용히 일러줍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모르다가 돌아가시고 자기 인생의 전부였음을 알았다는 작가의 회한은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연인과의 사랑만이 사랑이 아니듯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어느 누구를 그리워하고 추억에, 현실에 애틋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는 작가의 표현처럼 사랑은 희생이요, 충실한 배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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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속죄하는 기분으로 이번 겨울도 난 감옥 같은 방에 갇혀,
반성문 같은 글이나 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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