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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원래가 서울 사람이 아닙니다.
6.25도 피해갔다는 경기도 어느 산골에서 자라 산딸기며 오디(뽕나무 열매), 찔레,
셤대(맛이 매우 신 식물로 정식명칭은 모르겠네요), 돼지감자 등을 간식거리로 삼았었죠.
회사동료나 친구들에게 제가 자란 이야기를 하면 무슨 60년대 사람이냐구 혀를 끌끌 찹니다만,
맹세코 저 어릴적은 라면 하나에 온 가족이 목숨걸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런 코찔찔이 촌놈 티 팍팍 내는 제가 서울에 올라온 것은 2000년이었습니다.
2000년 11월 서울에 처음 올라와 부랴부랴 원룸을 계약하고 둥지를 틀었는데
그때 맨 처음 고속터미널에서 맡았던 서울의 냄새를 전 아직 잊지를 못합니다.
뭐랄까요. 마치 안개에 둘러 싸인 듯 잿빛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마천루.
그 사이를 가르는 퀘퀘한 바람의 냄새.
서울은 제게 이방인의 도시였고 낯선 하늘 싱그러움과는 거리가 먼 답답함의 도시였습니다.
꽉 막힌 상자 속에 다람쥐마냥 빙글빙글 돌아가는 사람들이 마치 기계처럼 느껴졌었죠.
그리고 벌써 9년이 흘렀네요.


9년을 서울에서 지내면서 이젠 서울이 좋아졌습니다.
바쁘게 종종걸음치는 여유 없는 사람들이 당연지사 제 일상이 되었고
아침에 일어나 출근길 반포대교를 건너면서 잿빛하늘에 마음이 좋아졌지요.
어디를 가도 도로는 꽉 막혀있고
어디를 가도 사람들은 바글바글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또 허전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곤 했죠.
(일요일 아침 강남대로를 가로질러 차를 몰면 황량한 도로 풍경에 스스로 황망해 지기도 합니다만.)

간사하고 변덕스러운 것이 사람인지라
2009년 서울은 제게도 최소한의 안식이 되는 도시입니다.

그런 도시에서... 생각을 갖고. 아주 때로는 정말 생각없이 남긴 흔적을 드립니다.
서울에 대한 작은 회상전이라 해야 옳겠네요. ^^


- 청계천(캐논 20D / 50mm F1.4) -

서울에 청계천을 다시 복원한다고 했을때 사실 좀 답답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지막지하게 몰아치는 공무원들과 생계를 지키려 이를 악물던 상인들의 싸움. 세상은 힘 있는 자의 편이라고 결국엔 MB시장의 최대 공적으로 기록되었지만 전 아직도 청계천에 대해선 애정이 없습니다.

인공적인 냄새 폴폴 풍기는 시멘트에 조명들. 풀들.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고기들. 물들. 모든게 그냥 잘 닦여진 조형물로만 여겨지거든요.  위 사진은 프리랜서 생활 하면서 일 때문에 찍은 사진입니다. 삼각대를 가지고 가지 않아 그냥 손각대로 찍은 사진인데 나름 원하던 그림이 나왔습니다.



- 한강(canU폰 촬영) -



- 한강 고수부지(캐논 20D, 135mm F2.8L) -

한강. 어떤 하늘 어떤 배경으로 찍어도 그림이 됩니다.
위 사진은 강변북로 운전 중, 잠시 차가 막힌 틈을 타  가지고 있던 캔유폰으로 담은 사진입니다.
푸른 저녁하늘과 한강의 물빛이 닮았네요. 흔들리는 가로등의 불빛이 그저 애처롭기만 합니다.
제 미니홈피 사진 아래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네요.

흔들리지말자.
어리석게흔들리지말자.
한자리에서뚝뚝힘에겨워도
어리숙하게고개숙이며흔들리지말자.

시간이좋다.
너를위한시간이좋다.
어디든무엇을하든시간이있어
좀더씩씩하고강해질수있는기회는많다.

세상.열정.그건아무것.... 이다.<봄>

그 아래 3장의 사진은 정말 추운 겨울 저녁에 촬영한겁니다.
바람을 온 몸으로 맞아가며 손을 호호대고 찍은 사진들인지라 더 애착이 가네요.
서울도 저런 하늘을 보여 주는구나 내심 감탄을 했던 저녁이었지만
덕분에 지독한 감기를 선물로 받았죠.

- 한옥마을(캐논20D, 50mm F1.4) -

남산 한옥마을입니다. 비가 내렸었죠. 계절이 바뀔 때, 그러니까 봄, 가을로 가는 길목에 자주 찾는 곳입니다.
한옥마을에 정말로 한국의 마음과 정취가 있느냐 없느냐는 제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 때 그 느낌을 즐길 뿐이죠. 충무로를 한 바퀴 휘~ 돌고 잠시 마음의 점을 찍기에 좋은 곳이죠.

- 하늘공원(캐논20D, 50mm F1.4)

하늘공원도 사진찍기엔 그만이죠.
특히 요즘같이 억새며 코스모스며 하늘하늘 바람의 춤을 추는 날이면 더없이 훌륭한 명소입니다.
위 사진만 보고는 여기가 하늘공원인지 어딘지 감을 잡을 수는 없지요.
하늘공원 찍은 사진들이 몇 장 더 있긴 합니다만 전 그냥 아웃포커싱 된 꽃 잎의 이미지가 좋네요.

서울이야기라고 제목은 거창한데 역시나 제 필력과 인내심이 문제네요.
한때 사진에 막 빠져 들을 때 SOS(Soul Of Seoul) 프로젝트를 기획한 적이 있었습니다.
서울의 매우 단순한 일상들을 카메라에 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저 또한 일상에 쫓기는지라 단 10여장의 사진만 남긴 채 접었더랬습니다.
물론.. 그 프로젝트는 아직 ing 중입니다.
제겐 주먹만한 캔유폰(파파라치폰이라 불리는 500만화소의 폰)과 또 그만한 라이카 똑딱이가 있으니까요.
20D요? 당근 있지요. 근데... 사실 너무. 무  / 겁 / 네 / 요 /


+ Pentax Pro 필름스캔

서울은 늘 빠르고 피곤해 보입니다.
일상에 지치고, 일상에 밟히고.. 그러면서 서로를 서로가 보듬지도 않은 채 시간이 흘러버립니다.
삭막한 도시라고들 이야기합니다만,
개인화되고 원자화된 현대사회에서 남에게 간섭받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자기 위안 아닐런지.


+ Pentax Pro 필름스캔

서울은 아름다운 도시지만 서로를 밀어내기에 바쁜...
비겁한 단면도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세상 모르고 잠든 중년 남자,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잃어버린 할머니 뒷모습.
우리가 쉬이 지나칠 수 없는 서울의 작은 '함정'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사진 한장 더 올리면서 오늘은 여기서 총총 해봅니다.
마지막 사진의 촬영지는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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