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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8개월전쯤이었을겁니다.
생각없이 문득 혼자 사는 방 안이 적막하다 싶었습니다.
15평 남짓한 방 구석구석을 둘러봐도 살아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더라는 겁니다.
방 주인 혼자 눈만 꿈벅이며 노트북 앞을 지키는게 생명이라면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뭔가 살아있는 것을 방 안에 두어야 겠다 다짐을 합니다.
애완동물을 키우자니 나보다 그 넘이 더 스트레스를 받아 외로움에 치를 떨 거 같았지요.
그래, 식물이면 좋겠네, 하고 퍼뜩 결정을 해버렸습니다.
걸어서 3분 남짓한 조그만 꽃 집에 가서 세 개의 화초를 골랐습니다.
선별 조건은 이랬습니다.
하나, 햇볕을 오래 안 받아도 살아야 한다.
둘, 물을 잘 주지 않아도 살아야 한다.
셋, 통풍이 잘 되지 않아도 살아야 한다.
++ 척박한 공간에서도 꿋꿋한 줄리아페페 ++
위 조건에 딱 들어맞는 화초가 있을리 만무했으나 꽃 집 주인과의 긴 협상끝에 선정한 것이 호야, 줄리아페페, 스파트필름이었습니다.
나중에 아이비를 추가해서 4개의 화초가 방 안 창문 앞에 놓이게 되었죠. 위 4개의 식물은 그들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었습니다. 호야와 줄리아페페는 이름만큼이나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었고 스파트필름(영화 '뜨거운녀석들'의 주인공 사이몬페그가 애지중지 들고 다니던 바로 그 화초)은 물과 햇빛을 너무나 좋아라 했지요.아이비는... 오지랖이 넓은 식물인지라 자신의 덩굴을 여기저기 흩뿌려놓는 스타일입니다.
그럼 4개의 화초 중 아직까지 살아 남은 화초는 무엇일까요? 눈치채셨겠지만 물 많이 안줘도 당당한 호야와 줄리아페페입니다.
사실 스파트필름과 아이비 이 녀석들도 잘 자라고 있었지요.그러다 어느 뜨거운 늦여름 날 밖의 바람을 쐬어 준다고 베란다에 내 놓았는데 에어컨 통풍구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을 맞고 그만 말라 죽어 버린겁니다. 대참사였죠.
호야와 줄리아페페.
꿋꿋이 제 방을 지키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므훗해지더군요. 호야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줄리아페페가 더 믿음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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