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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오랜만에 좋은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나이 탓인지 머리가 자꾸 나빠지더니 지난 주 보았던 TV프로그램 내용 조차 가물해지고
출근할 때 자물쇠를 걸었는지, 주차하며 차의 문은 잠갔는지
몇 번이고 긴가민가 헷갈리며 고개를 갸웃하는 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기억에 최근 남아 있는 좋은 영화는 없습니다.
그나마 카메론 형님의 <아바타>가
영상혁명의 신기원이라 불릴만한 그림을 보여주었기에
아주 조금 기억에 남을 뿐입니다.
그런 차... 이 영화를 접했습니다.

별 기대도 하지 않은 영화였기에 그 놀라움은 컸습니다.
고군서, 진국부 두 명이 공동 연출한 중국영화 <바람의 소리>


1942년 중국.
일본은 '유령'이라 불리는 정보부 내부의 첩자를 잡아내기 위해 가짜 암호를 내보내고
암호에 접근 할 수 있었던 5명의 내부요원을 외딴 곳에 감금한 채
한 명씩 고문과 회유를 통해 첩자를 찾아내려 애씁니다.


5명 중 누가 진짜 '유령'인지 밝혀내는 추리(?) 기법이
마치 살인사건이 일어난 폐쇄된 별장에서 살인범을 찾는 것 만큼이나 긴장감있게 펼쳐집니다.
역사적인 배경을 하고 있지만 영화적 기법은 스릴러를 표방합니다.
5명 인물간에 얽힌 관계를 대사와 표정만으로 전달하는 주연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납니다.
영화 후반부에 진짜 '유령'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쉼없이 대단원으로 향합니다.
마지막에 또 한번 깜짝 놀랄만한 사실이 숨겨져 있었으니
이 또한 큰 감동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결말은 함구)

정보를 뒤지다 보니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 폐막작으로 선정된 영화였다고 하네요.
최근 본 영화 중에 기억에 남는 영화,
예전 <무간도>가 그랬고,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그랬듯이
두고두고 오래 묵혀 볼 만한 영화입니다.